외로움에 대한 예술적 재해석_ 레베카 모치아 '외로움의 지형학'(Ministries of Loneliness)

2024. 9.7~ 12.1. , 제 15회 광주비엔날레 이탈리아관(광주 동곡미술관)

2024-09-11     함혜리 대표기자

한국인의 외로움을 어디에서 오는 것이고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는지에 대한 탐구와 연구의 결과를 보여주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주한 이탈리아문화원이 한국-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을 맞아 주한이탈이라 대사관 및 이탈리아 외교부와 협력하여  제 15회 광주비엔날레 이탈리아관( 광주 동독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전시 '외로움의 지형학'(Ministries of Loneliness)이다.   레베카 모치아 ( Rebecca Moccia)작가는 지난 3년간 이어진 외로움에 대한 방대한 리서치의 연장선에서  한국인의 외로움을 현장에서 탐색한 과정을 예술적으로 재해석해 보여준다. 

Rebecca Moccia, Ministries of Loneliness, 2024. Installation view at Dong-gok Museum of Art. Courtesy the Artist and Italian Pavilion - 15th Gwangju Biennale. Ph. Parker McComb

이번 기획은 마졸레니 아트(런던-토리노)와 보문복지재단의 지원으로 진행되며  서울예술대학교가 기관 협력으로, Bang & Olufsen이 음향 기술 협력으로 참여했다.  2023년 베니스비엔날레 제18회 국제건축전 한국관 예술감독인 정소익 감독이 예술감독 및 큐레이팅을 맡았다.

<외로움의 지형학>은  무너지고 있는 수많은 '당연한 것들’ 사이에서 개인(나)과 사회/집단 환경(우리)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니콜라 부리요(Nicolas Bourriaud)가 기획한 광주비엔날레 본전시 <판소리, 모두의 울림> (Pansori , A Soundscape of the 21st Century)가  광대한 외부 세계와 관련된 문제를 소리를 통해 다루고 있다면, <외로움의 지형학>은 ‘나’와 ‘우리’의 관계, 그리고 외부 세계의 영향을 받고 조건지어지는 ‘나’와 ‘우리’의 붕괴를 들여다 본다.  작가 레베카 모치아가 팬데믹 기간인 2021년부터  진행해 온 리서치를 바탕으로 한 전시다.

작가는  ‘외로움’으로 풀이되는 ‘나’와 ‘우리’의 붕괴는 개인의 물리적 고립뿐 아니라 '나'와 다른 존재 사이, ‘우리’의 불안정한 관계에서 비롯되며, 더 근본적으로는 외부 세계의 불균형과 부조화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이라고 상정한다.  작가는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삶의 풍경으로서 '나'의 이야기, '나'의 장소, '나'의 일상을 제시함으로써 외로움에 대해 집요하게 탐색한다. 작품을 통해  '나'와 '우리'의 외로움을 식별하고, 이를 유발하는 사회문화적, 심리적 구조를 다이어그램과 영상, 사진 등 시각자료를 통해 보여준다.

Rebecca Moccia, Ministries of Loneliness, 2024. Installation view at Dong-gok Museum of Art. Courtesy the Artist and Italian Pavilion - 15th Gwangju Biennale. Ph. Parker McComb
Rebecca Moccia, Ministries of Loneliness, 2024. Installation view at Dong-gok Museum of Art. Courtesy the Artist and Italian Pavilion - 15th Gwangju Biennale. Ph. Parker McComb

전시장에서 만난   레베카 모치아 작가는 " 각 지역에서 실행한 리서치의 결과를 보면 지역별로 , 문화별로 외로움에 대한 코드가  달랐다"면서 "이탈리아에서는 가족과의 이별과 독립된 상태에서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데 일본과 한국의 경우 아름다운 것을 보면서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작가는 2018년 영국에서 실제로 설립된 정부부처인 ‘외로움부(Ministry of Loneliness)’에 대한 탐색을 시작으로 현대 사회에서 외로움의 감정 상태와 그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는 정치적, 사회적 구조에 대해 성찰해왔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이탈리아, 영국, 미국, 일본, 한국을 넘나들며 수행한 외로움과 그 구조(공식화된 기관이든 아니든)에 관한 연구를 비롯하여 작가 자신의 물리적이고 사변적인 여정을 설명하는 일련의 작품을 제시한다.

제 15회 광주비엔날레 이탈리아관에서 선보이는 전시 '외로움의 지형학'의 레비카 모치아 작가 (사진 함혜리)

외로움의 물성에 주목하여 우리가 외로움이라는 감정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 우리가 살고 있는 고독한 공간의 건축과 소리, 외로움을 형성하는 신체와 사회 구조의 관계부터 이 감정이 역사적으로 발전해 온 경제 생산 시스템과의 연결까지 살펴본다. <외로움의 지형학>은 2년 연속 이탈리아관의 협력 기관인 서울예술대학교의 적극적인 참여로 만들어졌다.

특히 작가는 참여적 연구 과정으로서 서울예술대학교 학생들과 함께 일련의 워크숍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작가의 연구 대상으로서, 동시에 공동 연구자로서 한국의 외로움의 뿌리와 그 양상의 변화를 드러내는 장소, 이야기, 상황, 미디어를 찾고 기록했다. 

Rebecca Moccia, Ministries of Loneliness, 2024. Installation view at Dong-gok Museum of Art. Courtesy the Artist and Italian Pavilion - 15th Gwangju Biennale. Ph. Parker McComb
Rebecca Moccia, Ministries of Loneliness, 2024. Installation view at Dong-gok Museum of Art. Courtesy the Artist and Italian Pavilion - 15th Gwangju Biennale. Ph. Parker McComb

작가 레베카 모치아와 큐레이터 정소익은 통상적인 전시 구성 대신 몰입형 공간 설치, 즉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면서 전체가 하나의 총체적인 경험이 되는 전시를 제안한다. 관람객은 시각, 청각, 촉각을 통해 다감각적 수용을 활성화하면서 탐색할 수 있는 풍경이 되는 전시 공간 안에서 외로움의 복합적인 모습을 경험할 수 있다.

전시는 작가의 외로움에 대한 연구와 관련된 문서, 이미지, 텍스트를 전시하는 아카이브 섹션과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다양한 매체의 작품-다채널 영상과 음향, 사진, 도자기 등을 선보이는 설치 섹션으로 나누어진다. 이탈리아 문화원과 마졸레니 아트(영국 런던, 이탈리아 토리노)가 작품 제작을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