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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1.22 20:58

[함혜리의 건축탐구]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 (Project Re/Turning Guns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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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손진(이손건축 건축사사무소)
원도심에 피가 돌고 그 생명력이 외부로 전달되다
2025 한국건축가협회상 , 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 수상

군산의 원도심 영화동에 위치한 옛 가옥들 사이에 검붉은색 타일을 두른 담벼락이 눈길을 끈다. 그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 들어가니 딴 세상이 펼쳐진다. 약간 차가운 공기가 코끝에 느껴지고 스피커에서는 기분 좋은 음악이 흘러나오며 마치 영화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온 듯하다. 적산가옥과 조적조, 신축이  뒤섞여 있는 이 복합체 안에 서니 과거인지, 미래인지, 현재인지 시간을 잊게 하는 묘한 공간감을 준다. 하늘을 바라보니 철새떼가 끼륵거리며 날아가고 있다.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가을의 끝자락이었다.  

골목 안으로 들어와 가장 먼저 만나는  작은 건물의 슬레이트벽에는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 , 그리고  '2025 한국건축가협회상 수상작품' 을 입증하는 패널이 걸려있다. 군산의 원도심 블럭을 복합 상업시설과 호텔로 재생한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의 건축가는 손진(이손건축 건축사사무소),  건축주는 송성진 외 5명의 공유인 유한회사이다. 

일제 시대 창고건물이었던 작은 건물 낡은 담벼락에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 , 그리고  '2025 한국건축가협회상 수상작품' 을 입증하는 패널이 걸려있다. (사진 함혜리)
일제 시대 창고건물이었던 작은 건물 낡은 담벼락에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 , 그리고  '2025 한국건축가협회상 수상작품' 을 입증하는 패널이 걸려있다. (사진 함혜리)

건축가는 몇년째 주말이면 군산으로 내려가 사촌동생과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했었다. 2년전 쯤 궁금해서 방문했던 적이 있었는데 다 헐어진 곳에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었다. 리모델링이라는 것이 중간에 뜯어놓았을 때 봐서는 그 결과를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니 그럴만도 했다. 시간이 쏜 살 같이 흐른 뒤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이  2025년에  두개의 큰 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어떤 모습으로 완성되었을지 궁금하던 차에 건축평단에서 답사를 간다는 날에 같이 방문했다. 

상상 이상으로 아름답게 마무리된 공간에 곳곳에서 오랜 시간동안 프로젝트에 참여해 땀흘린 사람들의 노고가 그대로 전달이 되는 듯 했다. 개구부 안쪽으로 들어와 가장 먼저 만나는 작은 건물에서  손진 소장의 프로젝트 소개로 답사가 시작됐다. 일제시대의 창고 건물이었던 곳인데 절반은 그대로 살리고 나머지는 새로 만들어 덧댄 단층 건물로 다목적 공간으로 쓰일 예정이라고 했다. 

일제시대 창고건물이었던  다목적 공간에서 손진 소장이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함혜리)
일제시대 창고건물이었던 다목적 공간에서 손진 소장이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함혜리)

군산의 원도심 이야기 

군산은 1899년 개항됐다. 1876년 일제가 한반도에 대한 침략 야욕을 드러내며 조선과 체결한 불평등조약인  강화도 조약에 의해 개항된 네 도시( 인천, 목포, 군산, 부산)중 하나였다. 군산은 호남의 곡창지대에서 생산되는  쌀을 수탈하기 위한 최적의 위치였지만 다른 항구에 비해 개항이 늦었던 것은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대형 선박의 정박이 불가능했고 항만시설 개발에 비용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1899년 군산항 개항 이후, 일본은 호남평야의 쌀을 효율적으로 수탈하기 위해 대규모 항만 및 시가지 조성 사업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대규모 매립이 진행됐다.  

도시계획은 70mⅹ100m정도 크기의 격자 틀을 기본으로 했는데  그 틀은 지금까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일제 강점기 내내 호남평야의 미곡을 일본 본토로 가져가는 수탈 기지였으며 전국에서 가장 융성한 도시중의 하나였던 군산은 한국전쟁 전후로 미군 공군기지(K-8)가 주둔하는 주요 도시가 되었고, 이는 도시 경제와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90년대 이후 주거형식이 아파트로 전환되면서 시 외곽으로 개발이 진행 되어 현재의 확장된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모든 중소도시에 공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도심 공동화 현상에 이 곳도 예외는 아니었다. 2000년대 이후, 일제강점기의 아픈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던 원도심의 근대 건축물들(옛 조선은행, 구 군산세관, 일본식 가옥 등)이 도시 재생의 핵심 콘텐츠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개발 논리에 밀려 사라질 뻔했던 근대 유산을 복원하고 문화시설로 활용하는 '근대문화도시조성사업'이 추진됐다.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근대건축관, 근대미술관 등이 개관하며 군산은 '한국 근대의 타임캡슐'이자 역사 체험의 장으로 재탄생하며 많은 관광객들이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원도심은 이런 변화의 물결과 무관하게 스러져 가고 있었다. 

블럭 내부에 피가 돌게 하자

손진 소장은 " 2019년 건축주와 처음 대상지인 영화동(현 구영길)을 방문할 당시 이 자리에는 8개의 점집들이 들어 있었다"며 "한 때 미군들의 유흥지 이기도 하여 흥청 망청했었던 거리에 들어 섰을 때 사람의 온기는 없었고 삼십여년에 걸친 도심 공동화의 맨 끝 지점에 와 있어 건물들의 물리적 소멸이 체감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군산출신인 건축주는 서울에 올라가 학업을 한 뒤 십여년 전 군산에 내려와 호숫가에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성공적으로 운영하여 오던 중 오랜 로망이었던 재즈 클럽을 원도심에 내고싶어했다. 쇠락해 가는 원도심에 재즈 클럽을 내고 싶어했던 것에는 개인적 로망을 넘어 퇴락해 가는 이 곳에 사람을 돌아오게 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되어 있었다. 

손 소장은 "고향에 대한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것이 있었는데 십년 동안 구축한 군산의 인적 네트워크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면 생각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지인들 중  의사,변호사,사업가, 교수, 아트 디렉터등의 다양한 직종으로 구성된  6명의 멤버가 법인을 만들어 프로젝트의 주체가 됐다.

건축주가 적합한 장소라고 점 찍어둔 건물은 원도심 격자 가운데의 사거리 모퉁이 건물이었다. 옛날 미군 클럽의 외형이 그대로 남아 있었으나 간판은 ‘연천봉 산신동자’로 대체되어 있었다.  

"사람의 온기라고는 느껴지지 않은 곳이었지만 블럭의 안으로 들어가 보니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일제 강점기의 적산 가옥의 틀 위로 7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삶의 흔적들이 켜켜히 붙어 원형을 찾아보기 힘든 상태였고 사용 가능한 땅들을 촘촘히 잠식하여 밀집되어 있는 상태에서 얼핏 보이는 조그마한 공간들의 흐름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블럭 내부에서 보이는 공간의 잠재적 흐름을 살려내면 피가 통하게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의 상징적인 입면. 적갈색 타일을 두른 서쪽 진입로로 들어가면 적산가옥과 조적조, 신축이  뒤섞여 있는 제 3의 공간을 만난다. 뒤로 보이는 겨자색 건물이 신축 호텔 .(사진 김종오/ 이손건축 건축사사무소 제공)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의 상징적인 입면. 적갈색 타일을 두른 서쪽 진입로로 들어가면 적산가옥과 조적조, 신축이  뒤섞여 있는 제 3의 공간을 만난다. 뒤로 보이는 겨자색 건물이 신축 호텔 .(사진 김종오/ 이손건축 건축사사무소 제공)

과거의 100년과 이후의 100년을 잇는다 

공간의 잠재적 흐름을 살려내면서 블럭 내부에 먼저 피를 돌게 하여 그 생명력이 외부로 전달되게 하자는 전략을 세웠다. 그러기 위해서는 100여년 동안 층적된 켜들 중 제거할 것과 남길 것을 솎아내는 일이 우선 되어야 했다.

모퉁이의 클럽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는 진행되면서 조금씩 인접한 땅들로 확장되었고 급기야는 블록의 반대편 도로에까지  이르게 계획이 확장됐다. 이전에 여관으로 쓰이던 60년대의 3층 건물을 매입하여 호텔을 신축하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어 결과적으로 그라운드 호텔(ground hotel) 이라 칭하는 도심형 호텔 콤플렉스의 모양새를 갖추게 된 것은 설계가 시작되고 일년이 지난 시점 이었다.

손 소장은  "프로젝트가 계속 변경되고, 추가될 때마다 도면을 새로 그려야 했고, 곳곳에 문제가 도사리고 있어 타협과 절충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했다"면서 "가장 큰 원칙은 100년 여의 시간을 품은 공간이 앞으로 100년간 지속될 수 있도록 물리적으로 지속가능한 도심재생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블럭 안에 기존의 밀집된 구조물들 중 유효한 것과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한 판단을 내린 후 골라내는 일이 우선 되었다. 일제강점기의 적산가옥은 원형을 찾을 수 없었지만 군산의 태생적 근간이었으므로  틀을 온전히 유지하고 있는 것들은 우선 순위로 남기는 원칙은 고수하기로 했다. 그 다음 도로변을 따라 전후에 둘리워진 조적조와 연와조 파사드 역시 그 시대의 역사적 의미를 갖는 것으로 판단하여 존치하기로 하고, 그 외에 산발적으로 필요에 의해 덧붙여 진 구조물들은 블럭 내의 숨통을 트기 위해 철거 하기로 했다.

그라운드는 재즈 클럽이 접한 ㅁ자 형식의 중정형 공간(그라운드 ㅁ), 그리고 T자 형식의 파라디소 90을 주로하는 열린 공간( 그라운드 T)으로 구성된다.  (사진 김종오/ 이손건축 건축사사무소 제공)
그라운드는 재즈 클럽이 접한 ㅁ자 형식의 중정형 공간(그라운드 ㅁ), 그리고 T자 형식의 파라디소 90을 주로하는 열린 공간( 그라운드 T)으로 구성된다. (사진 김종오/ 이손건축 건축사사무소 제공)

솎아내기, 보전하기 

블럭의 북쪽에는 한 때 미군들을 접객하던 방 네개의 건물이 있었다. 그 건물 쪽으로 좀더 넓은 외부 정원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건축주의 요구에 따라 방을 잘라내고 그 흔적을 건축화 하여 정원의 요소로 쓰기로 했다. 그 결과 블럭 내부에 적절한  외부공간의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라운드(호텔을 제외한 블럭 서쪽의 적산 건물 군)는 외부 공간의 형식에 따라 크게 두개로 나뉘어 지게 되었다. 재즈 클럽이 접한 ㅁ자 형식의 중정형 공간(그라운드 ㅁ), 그리고 T자 형식의 파라디소 90을 주로하는 열린 공간( 그라운드 T)이 그것이다.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은 시간의 층위를 재져와 공간을 살리되 새로운 조합으로 제 3의 공간을 만들었다. 파라디소 90을 중심으로 하는  '그라운드T (사진 김종오/ 이손건축 건축사사무소 제공)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은 시간의 층위를 재져와 공간을 살리되 새로운 조합으로 제 3의 공간을 만들었다. 파라디소 90을 중심으로 하는  '그라운드T (사진 김종오/ 이손건축 건축사사무소 제공)

일차 내부의 철거를 이행한 결과 일본식 민가의 속 구조가 드러났고 상량판에는 1922년 이라 쓰여 있었다. 민가의 형식은 갖추었으나 격조를 논의할 만한 수준의 것은 아니라고 판단됐다.  대들보를 포함한 몇개의 커다란 부재를 제외 하고는 재활용할 만한 부재가 드물었다.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해당 적산 가옥들의 존재는 군산이라는 도시의 태생적 근간이 되는 것이므로 보존할 가치는 분명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대신 존재는 유지하되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개입을 하자는 것이었는데 그 행위에는 ‘보존’ 보다는 ‘보전’이 적합한 어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의 문제는 보전을 위해 어떤 공법을 택하느냐였다. 노화한 목구조 부재들을 현장에서 갈아 끼워 가며 진행하는 방법과 전체를 해체하여 부재들을 갈아 끼우고 재조립하는 방법 중 한옥 대목장과 협의후 후자의 방법을 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모든 주요 부재를  해체한 후 장수의 공장으로 옮겨 두달여 만에 부재를 갈아 끼우고 현장 재조립에 들어 갔다. 기존 목구조의 기초 부분은 더욱 취약했고 매립지 위에 만들어진 도시여서 지반이 약하고 임기응변식으로 만들어 졌던 터라 기초 역시 콘크리트 매트기초를 전면적으로 적용했다.

내부의 철거를 이행한 결과 일본식 민가의 속 구조가 드러났고 상량판에는 1922년 이라 쓰여 있었다. 노화한 목재들은 해체해 부재를 갈아끼우고 재조립했다. (사진 함혜리 )
내부의 철거를 이행한 결과 일본식 민가의 속 구조가 드러났고 상량판에는 1922년 이라 쓰여 있었다. 노화한 목재들은 해체해 부재를 갈아끼우고 재조립했다. (사진 함혜리 )

주로 1960,70년대에 덧 붙여진 도로변의 연와조 및 조적조 파사드에 관한 한 그 구조를 보전하되 그 모습은 주로 내부에서 표현되고 외부는 새로운 재료로 과감하게 둘러 싸 구조 보강과 단열의 문제를 해결 하기로 했다. 단 기존의 개구부는 가능한 한 원래의 크기와 형태가 새로운 파사드에 새겨지도록 하되 깊이감을 강조해 양감을 주었다.

퇴락해 가는 원 도심에 새로운 외부를 선사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다. 100년의 세월을 견딘 건물에 미래의 100년을 물리적으로 보장 하자는 것이 모토였고 그래서 기초도 튼튼하게 하고 외벽에도 단단한 타일을 부착했다.  

공간과 프로그램 : 그라운드 호텔 

애초에 체계적인 시장 조사와 수요예측에 의한 접근이 어려웠으므로 계획 도면을 그리면서 동시에 진행할 수 밖에 없는 일 이었다. 먼저 호텔의 컨셉 설정이 중요했다. 호텔의 형식은 일반적으로 매겨지는 등급으로 부터 자유로운 것이어야 했고 방들은 다양한 구성을 갖는 것으로 하였다. 다양한 연령의 투숙객은 호텔에게 중요한 요소였다.  주변에 늘어 나고 있는 게스트 하우스들과의 중복을 피하는 것도 고려 대상이었다. 

긴 가로창이 설치된 호텔 복도 (사진 함혜리)
긴 가로창이 설치된 호텔 복도 (사진 함혜리)

 

호텔 계단 공간 ( 사진 함혜리)
호텔 계단 공간 ( 사진 함혜리)

 

호텔의  아트리움은 8mⅹ1.2m 크기의 장방형 천창을 통해 자연광,눈, 비 등 자연의 여러 현상이 ‘재현’되는 외부 공간이다.( 사진 김종오 / 이손건축 건축사사무소 제공)
호텔의 아트리움은 8mⅹ1.2m 크기의 장방형 천창을 통해 자연광,눈, 비 등 자연의 여러 현상이 ‘재현’되는 외부 공간이다.( 사진 김종오 / 이손건축 건축사사무소 제공)

그라운드 호텔이라는 형식은  전체의 공간 구조로 부터 자연스럽게 추출된 것이다. 그라운드는 기존의 도시구조가 보전된 형식이고, 신축될 호텔은 이 곳과 짝이 되어야 했다. 호텔이 설정되고 거기에 맞춰 부대 시설이 들어선다기 보다는 부대시설의 공간적 특성에 의해 호텔이 정의되었다고 할 수 있다. 방들 중 반은 그라운드로 직접 면해 있어 조용히 은둔하는 방이라기 보다는 그라운드의 북적거림과 호텔 방의 고요가 상호 침투하는 곳이다. 나머지 반은 아트리움을 중심으로 모여있게 했다. 아트리움은 8mⅹ1.2m 크기의 장방형 천창을 통해 자연광,눈, 비 등 자연의 여러 현상이 ‘재현’되는 외부 공간이다. 30m의 좁고 긴 내부 복도를 지나면 외부 아트리움을 만나게 되고 그 곳을 통해 각자의 방으로 들어간다. 거리의 도시 풍경과 극적으로 대비 되는 상징적 공간이자 주변을 다시 돌아 보게하는 ‘각성’의 공간이기도 하다. 방들은 높이 1m의 수평선이 제어한다. 그 하부는 화강암,상부는 도장이나 원목과 합판으로 구성되어 재료의 물리적 내구성이 시간을 견뎌내도록 했다.

'그라운드'는 중앙에 위치한 일제시대의 창고로 부터 시작한다. 서쪽 입구의 골목으로 진입하면서 정면으로 마주 하게되는 첫 건물이다. 조적벽에 트러스 구조로 되어 있고 그들 원형의 낡은 상태를 유지 하였다. 그라운드의 다른 공간들이 상업 시설로 주로 채워지는 만큼 이 곳은 비워 두어 열린 공간으로 했다.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은 시간의 층위를 재져와 공간을 살리되 새로운 조합으로 제 3의 공간을 만들었다.  파라디소 90을 중심으로 하는 열린공간 '그라운드 ㅁ' (사진 김종오/ 이손건축 건축사사무소 제공)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은 시간의 층위를 재져와 공간을 살리되 새로운 조합으로 제 3의 공간을 만들었다. 파라디소 90을 중심으로 하는 열린공간 '그라운드 T' (사진 김종오/ 이손건축 건축사사무소 제공)

그라운드 T( T자형의 적산가옥 군)에는 이탈리아 레스토랑( Paradiso 90), 피자집(Del campo),스시바(에이와)등으로 채워진다. 이들은  호텔 일층의 라운지 바( Trevia)와 짝이되어 호텔과 접점을 만든다. 전체 콤플렉스 중 가장 도시적 활기가 충만한 곳이다. 

동쪽으로 난 좁고 긴 골목을 통해 높은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 ㅁ자형 중정을 만난다. 그 주위로 재즈 클럽(Muddy), 칵테일 바(Ingrid) 그리고 도로와 접한 곳에  젤라또(Nove O)들이 둘러서 있다. ㅁ자 중정은 주변 프로그램들이 운영되는 시간대에 따라 융통성 있게 대응할 수 있는 틀이 되어 준다. 젤라또를 사들고 들어와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그냥 조용히 앉아서 중정의 고요한 시간을 즐길 수도 있다.  해질 녁이면 칵테일 바의 낮은 조명과 적절한 크기의 음악이 그 곳을 채운다. 주말 저녁에는 재즈 공연을 보러온 관객들과 칵테일 바의 주객들이 이곳에서 자연스럽게 섞이기도 한다. 재즈바에서 가끔은 큰 규모의 행사가 벌어지면 중정의 모든 공간까지 가득 채워진다.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은 시간의 층위를 재져와 공간을 살리되 새로운 조합으로 제 3의 공간을 만들었다. 파라디소 90을 중심으로 하는 중정을 중심으로 하는  '그라운드 ㅁ' (사진 김종오/ 이손건축 건축사사무소 제공)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은 시간의 층위를 재져와 공간을 살리되 새로운 조합으로 제 3의 공간을 만들었다. 파라디소 90을 중심으로 하는 중정을 중심으로 하는  '그라운드 ㅁ' (사진 김종오/ 이손건축 건축사사무소 제공)

지나온 시간을 품고 새롭게 조합된 재료들

손 소장은 "오랜 세월의 켜가 쌓인 원도심의 재생을 위해 일제 강점기 부터 지금 이 시대까지 군산에서 주로 사용된 재료를 꼽아 보았고 그 재료들을 프로젝트의 주 재료로 사용하된 다른 방식으로 조합하여 새로움으로 표현되도록 했다"며 "주변 재료의 합과 리턴닝 프로젝트에 구사된 재료의 합은 같으나 계산법이 다르게 조합됐다"고 설명했다.

적산가옥은 주요 부재인 목재 이외에 회벽 혹은 타일이 주로 쓰였고 가끔 눈에 띄는 30년대의 모더니즘 건물들에는 시멘트 미장이 주로 사용됐다. 반면 해방 이후의 건물들은 연와조 위에 적벽돌, 타일, 콘크리트 위 도장 그리고 시멘트 미장이 주를 이루었다.  모든 재료와 재료를 사용한 방식들이 그라운드와 호텔의 곳곳에서 새롭게 조합되어 레트로(retro)하면서 고급진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호텔의 2,3층 상부는 컬러미장과 시멘트 미장 위에 스프레이가 적용됐다. 겨자색을 메인으로 하는 컬러 미장은 미장 특유의 손맛을 내 주고 스프레이는 미장면에 표출된 손 작업들의 자취들을 드러내 보여줄 것이다. 그라운드의 바닥은 적벽돌을 헤링본으로 깔되 줄눈의 패턴을 강조 하기위해 석분을 채워 깊이를 더했다. 바닥에 적벽돌 까는데만 3개월이 걸렸다고 했다. 석분을 채워 걸으면 바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도로에 면한 그라운드의 전면은 붉은 색조가 강한 갈색 타일이 같은 높이를 유지하며 안정감을 준다. 가장 고민된 재료는 지붕 이었다. 애초에는 기와를 생각 했으나 그라운드 지붕들의 집합적 모양을 보장해 주지 못할 것 같아 아스팔트 롤을 선택했다. 가장 저렴한 자재였지만 가장 힘든 시공 이기도 했다.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은 시간의 층위를 재져와 공간을 살리되 새로운 조합으로 제 3의 공간을 만들었다. 파라디소 90을 중심으로 하는 '그라운드 ㅁ'. 지붕은 실용적이고 평면성을 살릴 수 있도록 아스팔트롤을 사용했다.  (사진 김종오/ 이손건축 건축사사무소 제공)​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은 시간의 층위를 재져와 공간을 살리되 새로운 조합으로 제 3의 공간을 만들었다. 파라디소 90을 중심으로 하는 '그라운드 ㅁ'. 지붕은 실용적이고 평면성을 살릴 수 있도록 아스팔트롤을 사용했다.  (사진 김종오/ 이손건축 건축사사무소 제공)​

도시 형상학 (unban morphology)

손 소장은 "적산가옥과 1960,70년대의 조적 및 연와조 그리고 신축건물 등 다양한 요소들의 집합체 전체를 리터닝 프로젝트(project Re/Turning)라 부른 것은 사람들이 돌아와 도심의 마음을 회복해 주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은 것"이라면서 "리터닝 프로젝트 주변으로 다양한 직군을 가진 사람들이 곳곳에서 모여들며 '프렌즈 그룹'을 형성하고 있어 그 바램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손 소장은 "시간의 층위를 품은 상이한 요소들을 다루는 전략적 전제는 시작부터 중요한 과제였고 그 결과는 도시형상을 구축하여 향후 군산이라는 소도시의 현상에 방향을 제시하는 것 이어야 한다고 보았다"고 말했다. 

적산가옥과 조적조, 신축이  뒤섞여 있는 복합체는 여러 시간대를 아우르며 제 3의 형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호텔의 형태는 주변 건물들의 리듬을 깨지 않으면서도 강한 양감이  표현되고 있다. 강한 겨자색은 전체에 아이코닉한 상징성을 주는 역할을 한다.  그라운드에서는  우리나라 도시들의  형상들이 공통적으로 내포하는 정의 불가능한 모호함이 더욱 적극적으로 표현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체가 한데 어울러지면서 훌륭한 공간이 되어 있음을 틀림없다.

손 소장은 "도시 형상학이란 도시의 모양새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의 총체적인 합이어서 대개 정확한 답을 구하기 보다는 열려있고 느슨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라면 군산의 도시 형상학은 이제 이렇게 하나씩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11월 주말 저녁 재즈클럽 무디에서 재즈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함혜리)
11월 주말 저녁 재즈클럽 무디에서 재즈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함혜리)

저녁 시간이 되자 식당들에는 사람들이 가득찼고, 8시부터  재즈클럽 '무디'에서는 공연이 시작됐다.  어디에서들 알고 찾아왔을까. 군산의 원도심 한모퉁이에서 시작된 실험적인 프로젝트가  군산에 피를 돌게 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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