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AK(갤러리박, 대표 박종혁)은 살루스티아노(Salustiano, b. 1965)의 개인전 《그의 눈 속에서》를 개최한다. 작가는 고전 초상화의 언어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하며, 섬세한 사실주의, 미니멀한 화면 구성, 그리고 팝 아트의 경쾌함을 통합한 독창적 회화 세계를 구축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회화 세계에서 최근 중요한 전환점을 보여주는 시기, 특히 ‘비서사적 초상’의 심미성과 팝 감수성이 결합된 작품들을 집중 조명한다.
살루스티아노의 표현적 기반에는 스페인 르네상스 회화의 균형 미, 프랜시스 베이컨의 심리적 긴장감, 동양 회화의 고요한 정서가 있다. 과거 작업에서 자주 사용된 붉은색과 검은색은 각각 생동감과 절대성, 침묵과 정적을 상징하며 인물의 감정을 강화하는 배경으로 기능했다. 그러나 최신 시리즈인 ‘A Love Is Pop’에서 살루스티아노는 색면을 더욱 가볍고 경쾌하게 변화시키며 팝 아트의 시각 언어를 흡수하고 있다. 화면의 정밀한 묘사와 구성은 유지되면서도, 색채와 인물 태도에서 분명한 전환이 보인다.
《그의 눈 속에서》는 삶의 이야기를 직접 드러내지 않는 익명성, 중성적인 모델, 그리고 단순하지만 강한 시선의 조합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새로운 초상화 방식을 제시한다. 특히 모델의 익명성과 중성적인 모습에 집중하며, 과거의 전통적인 초상화가 가진 서사를 제거한다. 살루스티아노가 오랫동안 탐구해온 ‘비서사적 초상’이 인물이 특정한 이야기에 얽매이지 않고, 단지 존재하는 감정의 구조로 남는 것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의 시선은 단순한 시각적 요소를 넘어, 감정이 머무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그는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정제된 시선 구조를 통해 관람자로 하여금 감정의 여운을 느끼도록 유도한다. 실제 존재했던 인물보다는 ‘존재하지 않았던 이미지’의 정밀한 구축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초상을 제시한다. 이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 이상적이고 개념적인 존재로서의 인물을 창조하는 방식이다.
살루스티아노의 작품은 감정적인 폭발이 아닌 이성적인 판단과 균형에 기반한다. 화면은 차분한 긴장과 균형 속에서 완성되며, 복잡한 내러티브보다 명료하고 정제된 미가 중심에 선다. BHAK 박종혁 대표는 “이번 전시는 전통적인 정체성 고찰이 아니라, 시선을 통해 보편적인 감정 구조를 재해석하는 시도다. 전시장에서 인물의 시선을 따라가며 고요함, 조화, 그리고 핵심적 아름다움에 다다르는 경험을 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갤러리 BHAK 전시장에서 12월 27일 토요일까지 이어진다.▣
